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 학생들에게 이 예를 들어주었을 때 한 학생이 TT1(DeepL)이 더 문학적이지 않냐고 질문했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했다. 나는 첫 번째 문장이 어색한 번역 투라고 느끼지만, 그 질문을 한 학 생은 딱히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계 번역이 만연하면서 언어 감각이 변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언어 감각의 변화가 출판 번역을 하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기계 번역의 발전보다 더 큰 위협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번역 엔진은 현대의 바벨탑이다. 번역 엔진은 하나의 통합 언어를 향해, 다시 바벨탑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한다. 자동 번역 엔진은 이제 번역가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될 것이고, 웹상에서, 일상에서 언어 간 경계가 사라질 것이고, 언어는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동 번역과 대형 언어 모델이 보편화되면서 언어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문체는 표준화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탁월한 언어는 그 과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표준화할 수도 없는 변칙, 아노말리(anomaly) 일 뿐이다.
(...)
바벨탑 때문에 같은 것을 말하는 수만 가지 다른 방식이 생겼다. 우리는 그전으로 거슬러 가서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게 되고 싶은가. 서로 다른 말들의 부딪힘과 어울림, 언어를 가지고 노는 다양한 방법, 날마다 우리가 느끼고 겪는 언어의 신비한 변화,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을 버리고 싶은가. 살아 있는 풍부하고 섬세한 언어 없이 문화가 발전할 수 있을까. 흐릿하고 개성 없는 공용어로는 접근할 수 없는 섬밀하고 정교한 언어의 세계가 있다. 단테가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속어가 아니라 공용어이지만 죽은 언어인 라틴어로 글을 썼다면 『신곡』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번역이든 창작이든 우리가 쓰는 글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더 평범해지는 쪽이 아니라 더 탁월해지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알고리즘으로는 답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